5개 대학, LG, CJ 등 16개 전략기관 협력…서울시와 업무협약 체결

2000년대 이전까지 PC의 모든 것이 있는 멀티쇼핑상가 엿던 용산전자상가가 21세기와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메이커시티’로 거듭난다.

 

용산전자상가는 PC가 대중화되고 비디오게임이 유행하던 1990년대 초 컴퓨터‧전자제품 유통 1번지로 컴퓨터와 주변기기, 부품, 게임 소프트웨어 등을 사려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렸던 곳이다. 조립PC는 ‘선인상가’, 음향기기는 ‘전자랜드’, 게임하면 ‘나진상가’라는 브랜드도 이때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나 IMF를 겪고 2000년대 인터넷쇼핑 시대가 열리면서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1987년 문을 연 용산전자상가는 전자제품 전문상가들로 이뤄진 국내 최대규모 단지(약 6.5만 평)다. 국내 소프트웨어 신화인 ‘한글과 컴퓨터’가 개발‧유통되기도 한 국내 최고의 유통메카로 이름을 날렸지만 현재는 공실률이 22.7%에 달할 정도로 인적 드문 창고형 상가로 쇠퇴했다.

 

이에 서울시가 용산전자상가의 기존 잠재력을 활용하고 5G, 드론, VR 같은 산업을 유치해 이 일대를 디지털산업과 신산업의 융‧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세계적인 ‘디지털 메이커시티’이자 ‘청년창업 플랫폼’인 「Y밸리(Y-Valley)」로 재탄생시킨다.

 

「Y밸리」는 용산전자상가 도시재생의 비전을 담은 브랜드로 ‘▴Yongsan: 용산전자상가에서 ▴Yes: 모든 아이디어가 실험되고 실현되는 ▴Young: 젊은이들의 일자리 허브 ▴You&I: 우리가 함께 만듭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모를 통해 시민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최종 선정했다.

 

한 해 온라인 주문만 6천만 건이 이뤄질 정도로 여전히 최고의 컴퓨터 전자산업 중심, 전자제품 제조~판매~유통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용산전자상가의 경쟁력을 살려 제2의 전성기를 만든다는 목표다.

 

사업은 현재 남아 있는 ▴선인상가 ▴나진상가 ▴원효상가 ▴전자랜드 4개 상가(총 4천여 개 점포 운영 중)를 중심으로 창업 및 교육 시설과 프로그램, 청년들의 일자리와 주거가 어우러질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하고 주변과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도시재생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Y밸리(Y-Valley)」를 만드는 지속가능한 동력은 민관협력이다. 민간과 공공의 역량을 결집해 혁신성장을 이뤄낸 보스턴 ‘이노베이션 디스트릭트’, 중국 심천경제특구 ‘화창베이’와 같이 서울시와 상인, 정부와 민간기업, 대학과 공공기관 등 16개 전략기관이 힘을 모은다.

 

5개 대학(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서울시립대‧숙명여대)은 용산전자상가에 ‘현장캠퍼스’를 만들어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창업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LG유플러스는 용산전자상가에 ‘5G 기술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CJ는 지역 내 초등‧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IT창의코딩 교육’을 진행해 4차 산업혁명 미래인재 육성에 나선다. 우리은행은 영세 상인들을 위한 ‘저리융자상품’을 개발해 지원할 예정이다.

 

‘용산전자 상상가’도 원효상가 2‧3층에 총 6,000㎡ 규모로 3일(화) 문을 연다. 누구나 아이디어를 디자인 시제품으로 제작해볼 수 있고 창업 교육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메이커스페이스(Maker Space)다. 5개 대학의 현장캠퍼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용산구 창업지원센터 등 11개의 전략기관이 입주해 운영을 맡는다.

 

2층에는 3D 프린터 같은 첨단 장비로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디지털대장간’과 ‘마이크로팩토리’ 같이 창업 아이디어를 실험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디지털대장간의 경우 기존 용산전자상가 내에 분산 운영됐던 시설들을 이곳으로 이전해 대규모로 집약했다.

 

3층은 대학(현장캠퍼스)-공공(창업지원센터 등)-기술장인이 어우러지는 ‘청년창업 플랫폼’으로 조성됐다. 개방형 코워킹스페이스, 공유부엌, 강의실 같은 시설로 마련됐다.

 

디지털대장간과 마이크로팩토리는 누구나 용산전자상가 도시재생 공식 홈페이지(http://y-valley.org)에서 사전신청 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시는 용산구 및 입주 전략기관과 협의해 4월부터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용산역-용산전자상가를 연결하는 ‘무빙워크 보행교’(141m)를 새롭게 설치해 용산국제업무지구, 용산국가공원 같이 주변에서 이뤄지고 있는 개발사업과의 연결성을 강화한다. 현재 주차장 등으로 쓰이고 있는 용산역 주변 대규모 부지(국유지+시유지)에는 문화‧여가‧주거 기능이 어우러진 ‘창업주거복합시설’(15,566㎡)을 건립해 일자리‧살자리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많은 택배 물량으로 택배상자들이 거리에 쌓여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 통합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2020년까지 3대 분야(산업‧공간‧거버넌스) 13개 세부과제가 추진된다. 기존 4,000여 개 점포 상인 안정화 대책을 포함한 구체적인 계획을 담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연말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계획 수립에 앞서 서울시는 작년 2월 용산전자상가 일대 21만㎡를 ‘도시재생활성화지역(중심시가지형)’으로 선정하고 1년 여 간의 준비과정을 거쳤다. 수백차례에 걸쳐 주민‧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민관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올해 1월에는 재생사업의 기지 역할을 할 ‘도시재생센터’도 문을 열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3일(화) 용산전자상가 현장에서 박원순 시장과 5개 대학교 총장, 기업 대표, 공공기관장, 상인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선포식을 개최하고, 16개 전략기관(민간, 대학, 기업, 공공기관) 간 협력을 약속하는 내용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이날 하루 용산전자상가에서는 드론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드론마켓’, 컴퓨터, 카메라, 게임기, 핸드폰 액세서리 등 용산전자상가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플래시마켓’, 버스킹 공연 같은 부대행사도 열렸다.

 

한편 지난 1년 간의 준비과정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입주상인들의 안정적인 영업을 보장하는 ‘상생협약’도 체결하고 선인상가 전 점포(1371개)가 ‘상생협약’을 맺는 의미있는 성과도 있었다. 서울시는 나머지 3개 상가도 연내 상생협약을 모두 체결할 수 있도록 상가주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상인들은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선정 이전부터 아이디어캠프 등을 개최하고, 작년 6월에는 용산전자상가 전체를 아우르는 ‘상인‧상가연합회’를 스스로 결성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용산전자상가 도시재생 공식 홈페이지(http://y-valley.org)를 3일(화) 오픈했다. 여기에서는 ‘용산전자 상상가’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으며 재생사업에 대한 추진현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다양한 아이디어도 제안할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은 “용산은 국제업무지구, 용산국가공원, 용산역 면세점, 기업본사 이전 등 서울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이며 용산전자상가도 그 변화의 중심에서 4차 산업혁명의 혁신기지로 재탄생할 것”이라며 “재생사업이 완료되는 2022년까지 주민, 상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정부, 기업, 공공기관과 협업해 용산전자상가의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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