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들의 ‘울분’ “우리도 인간처럼 살고 싶다”

 

2018년 12월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하던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 컨베이어 운전원 김용균(24)씨의 죽음은 쓸쓸했다. 혼자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지만 이 광경을 보고 비상정지 스위치를 눌러 줄 동료는 옆에 없었다. 컨베이어 벨트가 장기 검사를 받을 정도인 위험시설인데도 그랬다.

2016년 5월, 비정규직 김모(19)군이 홀로 서울 구의역 안전문을 수리하다 끼어 죽은 지 2년이 넘게 흘렀지만, ‘제2의 김모군’ 김용균씨의 사고를 막을 순 없었다. 비정규직 김용균씨는 여전히 지켜주는 이 없이 위험현장에서 혼자 일해야 했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으며, 그러고도 임금은 정규직보다 훨씬 덜 받았다.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가 사고로 숨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제3의 김모군, 제2의 김용균’ 사태를 막으려면 제도의 보완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5년간 발전소에서 죽은 노동자 92%는 비정규직”

 

우리나라는 산업재해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보건사회연구원이 1999~2003년 통계청 사망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임시·일용직은 정규직에 비해 사망위험이 3.01배 높았다.

실제 발전소 비정규직은 업무상 재해의 주된 피해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발전소 안전사고는 346건으로 이 중 337건(97%)에서 비정규직이 다치거나 사망했다. 사망한 노동자 40명 중 37명(92%)은 비정규직이었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 김용균법 국회 통과

 

국회는 12월 27일 본회의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재적의원 185명 중 찬성 165표, 반대 1표, 기권 19표로 집계됐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숨진 고(故) 김용균씨 사고를 계기로 국회에서 본격 논의됐다. 개정안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도급 제한, 하청의 재하청 금지, 작업중지권 보장, 보호 대상 확대, 산업재해 예방계획의 구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법의 목적과 산업재해의 정의에 있어서 종전의 ‘근로자’를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바꿔 보호 대상을 확대했다. 또, 도금작업, 수은, 납, 카드뮴의 제련·주입·가공·가열 작업, 허가 대상 물질의 제조·사용 작업의 유해·위험성을 고려해 사내 도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위반 시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일시적·간헐적 작업,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급인이 보유한 기술이 사업주의 사업 운영에 필수불가결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는 예외적으로 도급을 허용하도록 했다.

유해·위험 작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을 사내 도급하려는 경우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평가를 받아 고용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고용부 장관 승인을 받아 도급받은 작업은 다시 하도급할 수 없도록 했다. 위반 시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대표이사가 산재 예방을 위해 비용, 시설, 인원 등이 포함된 안전·보건 계획을 수립해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 중대 재해가 발생했거나 다시 산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고용부 장관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근로자 사망 사고 발생 시 원·하청 사업주에 대한 징역형 상한선은 정부안에 담긴 '10년' 대신 현행 '7년'을 유지하되, 가중처벌 규정을 신설해 5년 이내에 다시 같은 죄를 범했을 경우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했다. 사망 사고 발생 시 양벌 규정에 따라 법인에도 함께 부과하는 벌금의 상한선은 현행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물질안전보건자료는 작성과 제출 의무를 유지하되, 영업비밀 유출 우려로 공개 조항은 삭제했다. 특수형태 근로자, 배달 종사자, 가맹 본부, 건설 현장, 유해 물질 등에 대한 각종 규정을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막판 쟁점이던 도급 책임 범위와 관련해서는 도급인이 수급인 또는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범위를 '도급인의 사업장 및 도급인이 지정·제공하는 장소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로 규정했다.

또 다른 쟁점인 양벌규정(위법행위를 한 때에 행위자를 처벌하는 외에 그 법인과 개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과 관련, 현행법에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 시 도급인에 대해 '현행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던 것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했다. 당초 정부안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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