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배 변호사/대법원 재판연구관, 전주, 인천지법 부천법원 부장판사                                                               

 

우리 민법에 유류분이라는 제도가 있다.

1977. 12. 31. 민법이 개정되면서 새로이 도입된 제도로서, 사람이 사망하였을 경우 그 배우자나 직계비속인 자녀들이 법정상속분의 1/2까지 상속분을 초과하여 생전에 증여를 받거나 유언에 의하여 증여를 받은 상속인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망인의 재산이 1억원이고 상속인으로 아들 2명이 있는데 망인이 큰아들에게 8천만원을 주고 작은 아들에게 2천만원을 주었을 경우 작은아들이 자신이 받은 2천만원이 자신의 법정상속분인 5천만원의 1/2인 2,500만원보다 적다는 이유로 큰아들에게 5백만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법에 유류분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망인이 생전이나 유언으로 특정상속인에게 법정상속분을 완전히 벗어나서 과도한 재산을 분배해주는 것을 일정 부분 제한함으로써 다른 상속인들의 생계를 보호하고, 분배를 많이 받은 상속인과 적게 받거나 전혀 받지 못한 상속인 사이의 유대관계가 끊어지는 것을 막아 가족관계를 계속 유지하도록 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유류분제도는 망인이 형성한 재산에 대하여 망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처분하는 것까지 제한하는 것이 되어, 과연 그와 같은 제한이 정당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또한 유류분을 인정함으로써 망인이 살아있을 때 망인을 전혀 찾아보지도 않거나 심지어 망인이나 다른 가족들에게 패악질을 한 상속인에게도 망인의 재산을 분배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되어 오히려 일반인의 법감정에 맞지 않는 면도 있는 제도이다.

 

그런데 유류분제도의 또 하나의 문제는 민법 제1114조에서 망인의 사망 전 1년 이내에 이루어진 증여에 대해서만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대법원은 공동상속인 중 증여를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는 1년 이내의 기간 제한 없이 그 이전에 증여를 받은 재산을 전부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망인이 생전에 자녀들에게 생활비, 학비, 주택자금 등의 금원을 미리 증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망인으로부터 생전에 증여를 받은 자가 있는 경우 증여시기에 제한없이 모두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하게 되어 망인의 사후에 가족들 사이에 오래된 증여사실까지 모두 들추어내어 분란을 확대하는 면이 있게 된다.

 

나아가 증여받은 재산을 이미 처분한 경우에도 그 현물이 현존하는 것으로 보아 이를 상속개시시의 가액으로 평가하여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으로 산정하다보니, 부동산 가치가 계속적으로 폭등하는 등 부동산 가격의 변동이 심했던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 증여를 받은 자는 자신이 증여받을 당시 얻거나 증여받은 재산을 처분할 당시 실제 취득한 이익보다 더 많은 재산을 반환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얼마 전 선고된 유류분 사건을 소개해본다.

 

「망인은 2008년에 사망하였고, 원고들은 망인의 자녀들이며, 피고는 1928년생으로 망인의 처이자 원고들의 의붓어머니이다.

피고는 1961년 망인과 혼인하여 망인이 사망할 때까지 47년 동안 부부로 살아오면서 망인과 함께 의붓자식 4명을 양육하여 대학 및 일부는 유학까지 보내고 결혼을 시켰으며, 그 과정에서 자식들의 학비, 결혼 자금 등으로 이미 상당한 재산을 나눠주었다.

망인의 사망 당시 망인과 피고의 재산으로는 44년 전인 1964년에 망인과 피고 공동명의로 1/2지분씩 등기한 주택이 있었고, 피고의 재산으로는 22년 전인 1986년에 구입한 제주도 토지, 26년 전인 1982년에 구입한 아파트가 있었다. 450만원에 취득한 아파트는 현재 8억원으로 상승하였고, 5백만원에 구입한 제주도 토지는 현재 7억원이 되었는데, 제주도 토지는 중국인들의 땅투기로 2008년 망인의 사망시보다도 7배 정도 가격이 폭등하였다.

원고들은 망인과 피고 명의로 등기가 된 주택 중 망인의 지분에 대해서는 상속을 주장하고, 나머지 피고의 재산에 대해서는 망인이 증여한 재산이라면서 유류분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그 명의 재산을 고스란히 소유하고 있음에 반하여, 망인과 피고가 원고들에게 보태준 것은 모두 현금이다 보니 수십년이 지난 현재 입증할 방법이 없다.

법원은 20여년 전부터 피고 명의로 등기된 위 재산들을 모두 망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으로 인정하고, 상승한 현재 가치로 원고들에게 유류분을 반환하도록 판결하였다.」

 

요즘은 자녀들에게 재산을 균등하게 분배해주는 것으로 상당 부분 바뀌었지만, 과거에는 장남이나 아들들에게만 분배해주는 경우가 많아 오육십대 남매들 사이에 유류분으로 다투는 경우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생계 유지와 가족관계의 유지를 위하여 도입된 제도가 단순한 재산다툼으로 변질되고 오히려 망인에 대한 추모의 마음과 가족관계의 단절을 초래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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