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트협회, 가뭄 속에 단비 만나다

 

지난 11월 26일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발표가 있었다. 여기엔 기나긴 시간 동안 땀 흘리며 뛰어다닌 사단법인 한국마트협회의 목소리가 들어있다. 정부의 카드수수료 발표가 있던 다음날 협회사무실을 찾았다.

(사)한국마트협회 김성민 회장

 

중소마트는 동네북이었다

“정부의 이번 카드수수료 인하는 우리 자영업자들에게 오랜 가뭄 속에 단비처럼 여겨집니다. 정말 환영합니다. 대기업과의 수수료 차별이 완화된 것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이번 대책이 자영업자 부담 경감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매출 30억구간이 신설된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저희 중소마트는 대부분 연간 매출 30억 이상에서 500억원구간입니다. 이 매출구간은 매출이 많은 만큼 비용지출도 많고 고용도 많이 하고 있는 자영업 및 중소기업자 사업매출구간입니다. 같은 매출을 올리더라도 대기업 대형마트는 약 40%의 영업이익을 보지만 중소마트 영업이익은 18~20%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골목상권을 파고드는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박리다매 영업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중소마트는 대부분 과일과 채소를 다루는 만큼 그것을 소분하는데 필요한 인력이 필요하고 매일매일 신선한 물건을 취급하는 비용이 들어갑니다. 개편방안에 있어 매출액만을 기준으로 삼은 점은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결과라 생각합니다. 고용창출을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자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물어본 카드수수료 발표에 대한 한국마트협회 김성민 대표의 답변이다. 장기간동안 투쟁을 이어왔던 터라 피곤할 법도 하건만 오히려 그는 생기가 넘쳐보였다.

지금의 성과가 있기까지는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먼저 무슨 이유로 협회를 만들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2015년 말쯤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카드수수료가 과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카드수수료가 평균 2.0%에서 2.5%로 인상되었던 것이 화가 나고 억울했습니다. 중소마트 매출에서 0.5%면 최소 2천만원의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또, 식파라치사기단까지 등장해 한 번에 몇천만원씩 과태료를 내야 하는 경우까지 생겨났습니다. 신고자 위주의 행정현실에서 중소마트는 뒷전이었고 정부의 정책지원에서 소외된 이른바 동네북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여러 일을 겪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중소자영업자들의 설 곳이 부족하고, 보호 받지 못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중소자영업자들의 위상을 높이고 법제도의 잘못된 관행이나 부분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곧 실천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밑바탕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다보니 주변사람들이 “그거 되겠어? 당신들보다 잘난 사람도 못했는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중소마트 대표들과 의기투합해서 협회를 만들어 이끌고 나갔는데 문제는 돈이었다고 한다. 매출이 많은 사람들도 있지만 매번 돈을 내라고 할 때도 많다 보니 목돈이 들어가야 할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초창기 발기인으로 참여해주신 중소마트 대표님들께 항상 죄송하고 미안했습니다. 초반에는 자금이 협회운영비에만 쓰는데도 순식간에 바닥이 났습니다. 사무실 운영에 필요한 자재나 물품, 인건비 등... 그래서 식사는 이사님들이 번갈아가면서 사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처음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면서 우리 한국마트협회가 더 단단한 조직으로 발전했던 것 같습니다. 이사님들과 사무국에 계신 분들의 노력이 컸습니다.”

광화문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차별철폐를 위한 총궐기 집회 현장

간절한 진심은 통한다

현재 한국마트협회는 600만이 넘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고 있다. 김성민 회장도 중소자영업자의 길을 걸으면서 순탄한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니기에 자영업자가 무엇이 필요하며 뭘 원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전에 없던 조직을 새로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마트협회도 여러 가지 난관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영업자 정책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에서도 국회에서도 자영업자들의 소리를 들어주려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카드수수료같은 불공정한 제도의 개선을 하려다보니 걸림돌이 너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의 수가 통계상 600만이 넘는데도 이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된 정책과 지원들이 없다는 것이 암담했습니다. 자영업도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 자영업이 차지하는 부분, 특히 우리나라는 자영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책을 세밀하게 짜지 않으면 사회국가적으로도 손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을 세우는 분들이 이런 부분을 잘 이해하고 정책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합니다”

한국마트협회의 난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하루하루 생계가 달린 일이라 잠깐 자리를 비우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는데 여기에 휴일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협회에 참여하기 위해 시간을 낸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초창기라는 것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했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끊임없이 설득하고 더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집행부에서 뭔가를 더 보여주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심어주면서 많은 땀을 흘렸습니다. 그러자 회원 수가 조금씩 더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미안해서 나왔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고, 결국은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저희의 진심이 통했던 거죠”라고 답했다.

정부와 의원들 중소자영업 찾아 민생현장요구 경청

잘나가는 조직엔 신념이 있다

“대기업과 차별만은 안 된다”라고 말하며 중소마트의 카드수수료 인하를 주장했던 한국마트협회의 바람은 이번 종합개편방안발표로 인해 조금은 안도의 한숨을 쉰 분위기다. 하지만 김성민 회장은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체크카드수수료 인하문제입니다. 체크카드는 조달비용과 대손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이 내려가야 하는데 이번 개편방안에 반영되지 못한 부분이 아쉽습니다. 내년에는 이 부분과 함께 협상권 문제도 함께 공론화시킬 예정입니다. 이제껏 카드수수료 문제를 진행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정책은 결코 성공하지 못하고 또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는 이번에 해소된 부분이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라며 내년사업계획을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중소마트 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기존 슈퍼마켓이나 과일·야채가게로는 경쟁이 되지 않아 점차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것이죠. 저도 과일가게로 시작했지만 중소마트로 규모를 키우게 된 계기는 대기업의 과도한 골목상권 진출 때문이었습니다.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이 계속해서 주요 의제로 삼지 않으면 대기업의 과욕과 탐욕은 계속될 것입니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복합쇼핑몰이라는 메가톤급의 형태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업종을 포괄하고 있는 업태이기 때문에 도소매뿐만 아니라 외식업, 옷가게, 악세사리 등 모든 자영업종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복합쇼핑몰은 시장의 룰을 파괴시키는 것이라고 봅니다. 경제 헤비급은 헤비급다운 시장을 찾아야 합니다. 헤비급이 라이트급 시장을 탐내는 것은 불공정이자 시장파괴 행위입니다. 규제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마트협회에서는 내년에도 이런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 힘쓸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물류부분에서 회원들의 자체브랜드를 강화하거나 상품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키워 대기업과 당당하게 맞설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마트협회가 대기업과 경쟁해서 유일하게 선방하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앞으로 남북한 화해분위기가 조성되면 남북경협사업에 중소자영업자들이 공동으로 법인을 만들어 할 수 있는 것들도 구상중이라는 한국마트협회 김성민 회장. 취재를 진행서면서 진정한 리더는 가만히 앉아서 지시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의 발전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직접 발로 뛰며 땀 흘리는 사람임을 깨닫게 되었다. 끝으로 한국마트협회가 바라는 방향을 물었다. “자영업자 정책에 있어서 정부와 국회가 자영업자에 관한 개념정립과 정책방향을 제대로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큰 틀에서 어떻게 하면 자영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육성할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현재 활성화되고 있는 청년층 고용지원처럼 장년층 고용이 많은 중소마트에도 고용지원에 관한 지원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고령화 시대인 만큼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통계상으로 600만이 넘는 자영업자 대표들의 소리를 좀 들어주고 반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평소에 담아뒀던 생각인 듯 한꺼번에 쏟아지는 김 회장의 말을 들어보니 아직도 한국마트협회가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한국마트협회는 중소자영업자들을 대표하여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앞으로 그가 말하는 모든 일들이 협회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며, 한국마트협회가 국가경제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그날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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