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건설 등 호재로 경기 고양·일산 등은 오름세

정부의 9·13부동산 대책 이후 처음으로 강남 3구의 아파트 값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싼 매물이 늘고, 거래는 급감하면서 일반 아파트도 호가가 내려가는 분위기다.

'9·13 주택시장 안정방안'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 강화다. 서울·세종 전역과 부산·경기 일부 등 집값이 급등한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참여정부 수준 이상인 최고 3.2%로 중과하고, 세 부담 상한도 150%에서 300%로 올린다. 1주택 보유자의 종부세 과세대상 공시가격 기준은 현재의 9억원 이상에서 6억원 이상으로 낮추고, 과표 3억∼6억원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0.7%로 0.2%포인트 인상한다. 이에 따라 종부세 부과 및 인상 대상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투기성 돈줄죄기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부문에서 아파트 투기의 편법적 자금 동원 수단으로 지목된 임대사업자 대출에 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ratio)도 40%로 신규 적용한다.

서민 실수요자를 위해 수도권 택지 30곳에 30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같은 대책이 일단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22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3% 올랐다. 지난달 1일 0.47%를 기록한 이후 7주 연속 오름폭이 줄어든 것이면서, 지난 6월 첫째 주(0.02%) 조사 이후 20주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강남 3구 아파트값은 9·13대책 발표 이후 5주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8·2부동산 대책 때는 발표 직후 조사부터 약 두 달 가까이 강남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였으나 올해 9·13대책에선 강남권이 약세로 전환하기까지 한 달 이상 걸린 셈이다.

지난주 0.01%, 0.03% 올랐던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값은 이번 주 나란히 0.02%씩 내렸다. 서초구는 6월 셋째 주 이후 18주 만에, 강남구는 7월 셋째 주 이후 14주 만에 첫 하락이다. 지난주 0.01% 올랐던 송파구는 이번 주 0.04% 하락했다. 7월 둘째 주 이후 15주 만의 하락으로, 강남 3구 내에서도 낙폭이 가장 컸다. 강동구는 0.05% 올랐지만 강남 3구의 약세로 동남권(강남 4구) 아파트값은 -0.01%를 기록하며 15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거래가 감소하면서 급매물 외 일반 매물도 전반적으로 호가가 떨어지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외 아직 아파트값이 통계상 하락한 곳은 없지만 서북권(0.03%)과 서남권(0.04%) 등은 지난주보다 오름폭이 둔화했고 동북권은 지난주(0.06%)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비해 도심권 아파트값은 지난주 0.05%에서 금주 0.07%로 오름폭이 커졌다. 종로구(0.16%)와 중구(0.11%)의 상승폭이 지난주보다 확대됐다.

경기도는 0.11% 오르며 지난주(0.08%)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등의 호재로 고양 일산동구와 일산서구가 각각 0.18%, 0.17% 오르며 지난주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용인시도 수지(0.50%)와 기흥구(0.47%)의 호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주 0.24%에서 금주 0.42%로 오름폭이 확대됐다.

한동안 집값이 약세를 보였던 용인시는 비규제지역인 데다 최근 분당·광교신도시 등지와의 '갭 메우기'가 진행되며 신분당선과 신갈역세권 지역을 중심으로 호가가 뛰고 있다.

지방 아파트 값은 지난주 -0.02%에서 금주 -0.04%로 낙폭이 확대됐다. 부산이 지난주 -0.06%에서 금주 -0.10%로 하락폭이 커졌고, 세종시도 지난주 대비 0.08% 하락했다. 대전은 지난주 0.43%에서 금주 0.27%로 오름폭이 둔화했으나 서구(0.47%)와 유성구(0.46%) 등은 학군 수요가 몰리면서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세시장은 안정세가 지속됐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01% 떨어지며 작년 11월 말 이후 11개월째 약세가 이어졌다.

기재부와 국토부 등 관련 부처들은 9·13 부동산대책 후속조치 마련을 위한 회의를 열어 주택 공시가격에 시세가 급등한 주택의 시세 상승분을 적극 반영하고, 지역별·유형별·가격수준별 형평성 개선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가격이 급등한 주택에 대해서는 시세가 오른 만큼 공시가격에 비율을 반영하는 공시가산정 시스템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 시기 시장 반응을 감안, 집값 폭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선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한다. 예컨대 종합부동산세, 청약 제도 개선 등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종부세 세율 등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조율, 야당 협조 아래 국회에서 하루빨리 법적 뒷받침이 되도록 해야 한다.

종부세 부과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급등한 시세를 반영하지 못할 우려와 관련해 시세 상승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주택 유형·지역·가액별 형평성도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주택소유시스템(HOMS) 고도화와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 등을 통한 임대소득 과세관리 강화도 빼놓을 수 없는 후속 조치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추첨제 일부 물량은 무주택 우선배정에서 떨어진 무주택자와 유주택자가 경쟁해 당첨자를 가리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물량 배분 비율 등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당초 무주택자들에게 더 많은 당첨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였지만 주택을 넓혀가거나 갈아타려는 1주택자 수요까지 봉쇄하는 건 지나치다는 게 시장의 평가임을 고려해야 한다.

이 같은 후속 조치 필요성은 여론조사가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이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응답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4일 전국 성인 500명에게 물어본 결과 39.4%가 9·13 부동산 대책을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p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폭등 잡기 정책 성패가 오는 21일 발표될 수도권 신규 택지 공급 방안에 달려 있음을 직시, 효율성 높은 정책 제시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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