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사업계약에서의 ‘갑·을’ 문제에 대한 소고

<칼럼 _ 김상배 변호사ㅣ전주,인천지법,부천지원 부장판사> 

가맹사업계약에서의 ‘갑·을’ 문제에 대한 소고

 

김상배 변호사

요즘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가 ‘갑질’이라는 부정적인 단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올해 4월경부터 모 대기업 회장 딸의 갑질 문제로 논란이 시작되더니 회장의 부인과 회장 본인의 갑질로 논란이 확대되고, 나중에는 회장 본인의 횡령, 사기, 배임 등 전방위적으로 수사가 확대되어 그 회장에 대하여 구속영장까지 청구되었고 현재까지도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갑질 논란으로 번지게 되면 사람들은 이성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보다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을’의 편에 동조하여 ‘갑’에게 감성적ㆍ감정적인 일방적 비난을 가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이에 따라 갑이 아무리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고 해도 일반인들은 갑의 말을 변명으로 치부한 채 을의 감성적ㆍ감정적 호소에 동조하여 갑을 일방적으로 비난, 매도함으로써 갑은 회복불능의 처지가 되고 갑이 살아온 인생 전부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본 변호사는 법조인의 입장에서 ‘갑’과 ‘을’ 중 어느 한 쪽을 무조건적으로 지지 또는 비난할 의사는 전혀 없지만, 사회에서 갑과 을 사이에 발생하는 일들에 대하여 조금은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얼마 전에 있었던 사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A는 맞춤운동법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맹점 사업을 하는 가맹본부로 10여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작은 법인이고, B는 그의 딸이 A의 가맹점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은 후, 그 결과에 만족하고 사업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B 스스로 2012년 A의 가맹점으로 가입한 자이다.

그런데 B는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일반 직장인인데다가, 가맹점 운영에 있어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운영실장을 사회생활 경험이 전혀 없는 B 자신의 누나에게 맡겨 가맹점을 운영함으로써 B가 운영하는 가맹점의 매출이 다른 가맹점들에 비하여 현저하게 저조하게 되었다.

 

이에 A가 B에게 운영실장 교체를 권유하여 B가 C를 운영실장으로 교체하여 가맹점을 운영하기도 하였으나, 기대한 수익을 올리지 못하였고, 위 가맹점을 양수하여 직접 운영하고자 하는 C에게 위 가맹점을 양도하여 C가 현재까지 3년 넘게 정상적으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B는 2012년 A와 가맹계약을 체결한 때부터 5년이 지났고, 2014년 말 C에게 가맹점을 양도하고도 2년 이상이 지난 2017년에 이르러 이미 자신이 시설 등을 이용하여 3년간의 가맹점 영업을 하였고 C에게 시설 등을 양도하면서 이에 대한 양수대금을 수령하였음에도, A가 가맹계약 체결시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A를 상대로 하여 5년 전에 지출하였던 영업에 필요한 기계구입비, 가맹점 인테리어비, 가맹비 등 자신이 가맹점을 운영하기 위하여 지출하였던 금액 2억여 원 전부를 고스란히 반환하라는 소를 제기하였다.

그리고 B는 재판과정에서 A에게 영업상의 곤란을 초래하는 방법으로 압박하여 자신의 목적을 얻고자 A에게 다른 가맹점들의 회원 및 매출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A가 관련자료를 제출하자, B는 이를 이용하여 다른 가맹점들이 매출액을 누락하였다면서 다른 가맹점들이 소재한 관할세무서에 다른 가맹점들이 신고한 매출액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다는 핑계로 과세정보 제출명령까지 신청하였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B의 주장이 아무런 이유가 없이 떼쓰는 것에 불과(소위 ‘을질’)하다고 판단하여 B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B의 항소포기로 위 사건은 종결되었다.」

현재 가맹사업법은 가맹사업 당사자 사이의 자율적 계약보다는 가맹사업자의 보호를 위하여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개정되고 있는데, 이는 가맹본부의 불공정한 거래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이에 따라 가맹사업자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방향으로의 가맹사업법의 개정은 시대적 흐름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맹본부가 대기업이거나 자금력이 충분한 회사라면 큰 영향이 없겠지만, 영세한 기업체나 개인이 오랜 기간 자신의 자금 전부를 개발비 등으로 투입하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후 가맹사업자를 모집하였는데, 나중에 가맹사업자의 능력 부족 등으로 인한 실적 저조를 갑질 문제로 몰아서 가맹본부를 공격할 경우 영세한 가맹본부로서는 회사의 존립 자체에 큰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위 사건에서도 B는 A의 우월적 지위에 기한 위법ㆍ부당한 가맹계약이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의 현명한 판단으로 A는 그와 같은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 사이의 분쟁예방 및 안정적인 사업운영을 위해서 가맹계약 체결과정 및 가맹사업 운영과정 전반에 있어서 가맹사업법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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