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규제 '팽배해진 기싸움'..."혁신 저해 vs 훼손 우려"

[시사경제뉴스=이범석 기자] 시중은행 상대 '메기효과'로 주목받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1년을 맞은 현재 실적 부진에 빠졌다.

업계는 은산분리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는 입장이고, 정치권도 규제완화 입법으로 거들고 나섰다. 반면 은산분리 훼손을 우려하는 반론도 여전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은행(K뱅크)은 지난주 30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초 1500억원대 유상증자가 목표였지만, 이해가 다른 주주들의 불참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이로써 자본금을 3800억원까지 쌓는 데 그쳤다.

케이뱅크가 당초 목표로한 1500억원의 유상증자 중 300억원 증자에만 성공해 또 다시 자금난이 우려되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케이뱅크측은 추가 유상증자를 준비 중이라며 주주들의 지분율 변동 등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은산분리 규제완화 움직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자본금 부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대출중단사태가 이어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져 하루빨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K뱅크는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최근까지 세차례나 중단했다. 자본 확충이 제때 안돼 대출 상품 판매가 어렵고, 상품 개발도 제한받는 상황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8.15%에서 올해 1분기 13.48%로 하락했다.

경쟁자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은 조금 낫다. 지난 4월 5000억원 증자를 단행해 자본금을 1조3000억원까지 늘렸다.

1분기 10.96%던 자기자본비율도 호전됐다. 그러나 증자 성공여부에 상관없이 인터넷은행 업계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K뱅크는 188억4300만원, 카카오뱅크는 53억3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해 동안도 각각 837억8700만원, 1044억9100만원씩 순손실을 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3%대~9%대에 달하는 시중은행에 못미치는 '마이너스' 실적 탓에 자본금 확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 구조다.

업계에서는 악순환의 원흉을 은산분리 규제로 본다. 현행 은행법에 '비금융주력자'의 지분을 10%(의결권 행사는 4%만)로 제한하면서 적극적 사업 확장이 어렵다는 것이다.ㅕ

현재 케이뱅크는 마이너스통장 상품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며, 앞서 일부 신용대출상품들의 대출 중단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과 신뢰성인데 현재 케이뱅크 사태는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이는 비단 케이뱅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전체적인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도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케이뱅크 측은 "주요 주주사들 간에 추가증자는 합의된 상태로 규모와 시기,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지분규제를 안받는 기존주주가 자본을 더 넣을지, 외부에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올 지 등 다양한 방안을 살펴보고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자회사인 캐피탈을 통해 3% 상당의 케이뱅크 지분을 보유한 DGB는 대구은행에서 출자를 해 금융주력자로 나서는 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영공백에다 하이투자증권 인수작업 등으로 쉽지 않았다. 

우리은행의 지주사전환과 관련해 지분율 변동이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있다.

우리은행 측은 "현재 상황에서 케이뱅크에 대한 지분 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 "향후 시장 상황 변화, 주주간 논의 등에 따라 지분 보유를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대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산분리는 금융산업의 기본 원칙으로 지켜나가되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규제를 국제적인 수준에 맞춰 나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그동안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비판적이던 더불어민주당 측의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에 발목을 잡히면서 향후 핀테크 산업 미래 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새로운 산업으로 시장에 자리잡아 성장할 수 있게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비롯한 다양한 방안들에 대해 적극 논의해야할 때"라고 전했다. 

K뱅크의 KT와 카카오뱅크의 다음카카오가 지분 제한을 받고 있어 일각에서는 "핀테크(FinTech)를 시도할 기회는 막혔는데, 그걸 구현하라고 압박받는 상황"이라며  "정보통신기술(ICT)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학 있다.

2016년 현재 일본의 경우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이 라쿠텐은행 지분 100%, 포털업체 야후가 재팬넷은행의 41%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도 전자상거래업체나 SNS업체에 30%까지 인터넷은행 지분을 허용한다. 중국 1호 인터넷은행 위뱅크는 지난해 전년대비 매출 175%, 순익 261%의 실적 신장을 기록했다. 

정부·여당도 업계 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민병두 의원은 "자본확충 이슈인데 경영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있다.

또한 정재호 의원도 "기술혁신과 제도혁신의 성과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며 규제 완화론을 주장했다.

현재 여야 의원들은 5건의 은산분리 완화 관련법안을 발의했다. 각 법안은 현행 지분 제한을 34~50%까지 대폭 완화하고, 대신 대주주에 대한 대출이나 대주주가 발행한 증권의 매입을 제한하는 식으로 보완 규정을 뒀다. 

하지만 여권 일각과 시민사회는 여전히 원칙 훼손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여당 관계자는 "한두 업체 수익 보전을 위해 금융시스템을 건드리는 것은 본말전도"라며 "2013년 동양증권 사태처럼 금융의 '재벌 사금고화' 여지를 조금이라도 남겨선 안된다"고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특히 은산분리 규제와 K뱅크 등의 실적부진을 놓고 업계가 인과관계를 거꾸로 해석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적부진은 인터넷은행의 경영능력상 한계 탓에 벌어졌을 뿐이고, 그래서 '뱅크런' 예방을 위한 은산분리 규제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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