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고위급 회담 ‘모멘텀만 유지한 無성과‘ 결과

▲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도착 직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시사경제뉴스=이범석 기자]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 마련을 위한 북·미 협상 2라운드가 시작됐지만 양측은 입장차만 확인한 채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앞으로 비핵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협상팀은 지난 6일과 7일, 양일간 평양을 방문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등과 고위급 회담을 벌였다. 회담의 핵심 이슈는 비핵화 로드맵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표 합의와 검증 체제 구축을 위한 핵 신고 문제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두 가지 사안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했지만 구체적 성과물을 내놓지는 못했다.

 

북·미는 대신 대화 국면을 이어갈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양측이 비핵화 검증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할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한 것은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대화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6자회담 관련국들은 2007년 2·13 합의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논의하기 위한 5개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당장 오는 12일 판문점에서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실무접촉을 개최하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급 회담을 조만간 열기로 한 것도 성과다.

 

비핵화 방법론에서 엇갈린 주장

 

북·미는 핵심 이슈인 비핵화 방법론에서 분명한 시각차를 확인했다. 상호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주고받는 행동 순서에 대한 이견이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를 주문하면서 핵·미사일 관련 시설 등의 신고와 검증, 시간표 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행동 원칙을 주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북한 외무성이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일방적으로 요구했다고 비판한 데서 확인된다.

 

특히 북·미는 비핵화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에 해당하는 종전선언 시점을 두고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이 “이런저런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비판했다.

 

북한 외무성은 자신들의 비핵화 관련 조치는 불가역적이지만 미국은 상응조치로 가역적인 대가만 내놓고 있다는 불만도 표출했다. 핵실험장 폐쇄 등에 비하면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은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조치라는 것이다.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은 이번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고 매우 대가가 클 것이며 내놓을 것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이란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비핵화에 대한 공유된 이해를 형성하는 데 있어 돌파구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등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회담 결과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한 번의 후속회담으로 성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주장도 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 지고 있다. 38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트위터에서 “이틀에 걸친 한 번의 평양 방문에서 비핵화를 협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창립자인 마이크 앨런은 “북·미 후속 협상이 성공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인내를 보여줘야 한다”며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질상 싫어하는 단기간의 후퇴와 모멸을 견딜 의지가 포함된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 과정을 인내할 수 있느냐가 변수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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